[로마가족 입니다 #8] 이탈리아의 여름방학 숙제마치 빛 바랜 만화책 속 이야기 같았다. 도시의 소년이 여름을 보낸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소녀. MAGAZINE - KARY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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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족 입니다 #8] 이탈리아의 여름방학 숙제마치 빛 바랜 만화책 속 이야기 같았다. 도시의 소년이 여름을 보낸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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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변에 도착한 우리에게 아말피 소녀, 젬마가 먼저 말을 걸었다.

    _지금 하는 말, 어느 나라 말이에요?

    이탈리아 아이들은 보통 중국말이냐고 묻는데 어디 말이라니 소녀의 금발은 바다가 젖어 있었다.

    _한국말이야.
    _이태리 말 한국말 모두 하는 거예요? 얘도?
    _응 우린 로마에서 왔어. 얜 로마에서 태어났고.
    _난 젬마 야. 넌?

    소녀는 말을 하면서 몇 번이나 잠수를 했다. 물속에서 빙그르 돌고 고개를 내밀 때마다 바다가 우리에게 튀었다. 아직 수영이 능숙하지 않은 이안이는 팔에 튜브를 하고 있었다. 해변 마을의 그 어디에도 이안이 또래에 팔에 튜브를 한 아이는 없었다. 팔 튜브가 도시에서 온 아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소녀를 바라보던 아이가 말했다.

    _그거 알아? 나 이거 없어도 수영할 수 있어.

    팔 튜브를 뺀 아이가 손으로 코를 막고 잠수를 했다. 곧장 가라앉았다.

    _어? 이상하네, 원래 잘 됐는데.

    소녀는 까르르 웃으며 미끄러지듯 물속으로 들어가 아름답게 회전했다.

     

     

    다음날 아침 해변에서 이안이는 팔 튜브없이 손으로 코를 막지도 않고 수영하는 연습을 했다. 코로 입으로 잔뜩 물을 들이켜더니 괴로운 듯 울었다. 아이 참!!! 겨우 진정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젬마가 왔다.

    _너 좀 전에 왜 울었어?

    아이는 답을 하려다 날 바라봤다.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_기억 안 나.

    소녀가 큰 튜브를 내밀었다. 둘은 바다로 나아갔다. 아이는 혼자 몇 번 더 코를 막지 않고 바닷물에 얼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이내 물 안에서 두 손을 뒤로하고 물장구를 쳤다. 마치 어릴 적 읽었던 빛 바랜 만화책 속 이야기 같았다. 도시의 소년이 여름을 보낸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소녀. 만화책을 읽는 동안 나의 추억이 아님에도 설렜다. 나의 기억이 아님에도 그리웠다. 그런 여름이 ‘나의 여름’인 너는 오죽할까?

    이탈리아는 곧 여름입니다. 아래는 2015년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 페르모의 체사레 카타 선생님이 내 준 여름방학 숙제입니다. 어떻게 숙제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Compiti per l’estate 2015

    1. 가끔 아침에 혼자 해변을 산책하라.
    햇빛이 물에 반사되는 것을 보고 네가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들을 생각하라. 행복해져라.

    2. 올해 우리가 함께 익혔던 새로운 단어들을 사용해 보라.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게 되면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걸 생각할 수 있게 되면 더 자유로워진다.

    3. 최대한 책을 많이 읽어라. 하지만 읽어야 하기 때문에 읽지는 마라.
    여름은 모험과 꿈을 북돋우기 때문에, 책을 읽으면 날아다니는 제비 같은 기분이 들 거다. 독서는 최고의 반항이다.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나를 찾아와라)

    4. 네게 부정적인, 혹은 공허한 느낌을 들게 하는 것, 상황, 사람들을 피하라.
    자극이 되는 상황과 너를 풍요롭게 하고, 너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의 너를 인정하는 사람들을 찾아라.

    5. 슬프거나 겁이 나더라도 걱정하지 마라.
    여름은 영혼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너의 느낌을 이야기하는 방법으로 일기를 써 봐라. (네가 수락한다면, 개학 후에 함께 읽어보자)

    6. 부끄러움 없이 춤을 추어라.
    집 근처의 댄스 플로어에서, 너의 방에서 혼자 추어도 된다. 여름은 무조건 춤이다. 춤을 출 수 있을 때, 추지 않는 건 어리석다.

    7. 최소한 한 번은 해가 뜨는 것을 보아라.
    말없이 숨을 쉬어라. 눈을 감고 감사함을 느껴라.

    8.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해라.

    9. 너를 황홀하게 만드는 사람을 만난다면 그 사람에게 최대한 진심으로 정중하게 말해라.
    상대가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너의 짝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해한다면 2015년의 여름은 황금 같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게 잘 되지 않았다면 8번으로 돌아가라.)

    10. 우리 수업에서 필기했던 것을 다시 훑어보라.
    우리가 읽고 배웠던 것들을 너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비교해 보라.

    11. 햇빛처럼 행복하고 바다처럼 길들일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

    12. 욕하지 마라.
    늘 매너를 지키고 친절하게 행동하라.

    13. 언어 능력을 기르고 꿈꾸는 능력을 늘리기 위해 가슴 아픈 대화가 나오는 영화를 보아라(가능하다면 영어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다고 영화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너의 여름을 살고 경험하며 다시 한번 너만의 영화를 살아보아라.

    14. 빛나는 햇빛 속이나 뜨거운 여름밤에 네 삶이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꿈꾸어 보아라.
    여름에는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꿈을 좇기 위해서 네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라.

    15. 친절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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